황금의 시대
과거 신성한 힘을 구사하며 자연의 창조를 도맡은 고룡은 태초 신화의 주체였다. 날개 없이 비행하는 자. 긴 뱀과 같은 몸통으로 하늘과 바다와 땅을 가로질러 순회하는 존재. 인류는 그들을 신으로 모시며 떠받들고 귀애했다.
인간의 신, 고룡. 인간을 위해 그들의 터전이 될 약속의 땅을 선사하고 만물의 평화를 보존한 신수. 약속의 땅은 오롯한 인류의 소유였다. 세상에서 가장 비옥한 땅 가나안은 인간에게 주어졌다. 황금의 시대였다.
당시만 해도 환상종이란 오로지 머나먼 구전 속에서만 일러지던 전설 속 존재였다. 인간만이 차지한 세상은 그토록 평화롭고 온전했다.
신은 지상을 떠났다.
우리는 황금기의 재래를 기다린다.
철의 시대
황금기의 종결
인류는 피식자로 전락한다.
평화는 한순간 사라졌다. 고룡의 실종을 통해.
따스한 춘풍을 일으키던 고룡의 빈 자리는 냉기와 서리를 가져오는 귀룡이 차지했다. 그와 동시에 온 세상에 인간은 결코 구사함이 불가능한 힘과 현상을 앗아오는 기괴한 생명체가 출몰했다. 그들은 인간의 손발을 묶고 혼돈을 초래하며 다수의 인간종을 죽음으로 밀어넣었다. 진실로 전설과 전래 동화에서만 존재하리라 여긴 환상의 존재가 현신한 모양새였다. 그렇게 환상종과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최악의 형태였다.
신의 편애와 평화를 독점하던 인간이 약속의 땅 바깥으로 추방당하자 환상종은 귀룡과 더불어 가나안을 지배하고 인간을 적대하기에 이르렀다. 마치 그 땅을 결코 누구에게도 넘길 수 없다는 양.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인류가 내쫓겨 먹이사슬 하위층으로 추락하고 오십 년 후. 인간은 반기를 든다.
무기를 모은 인류는 단합하여 귀룡에게 대항하고자 하였으나 창조를 이룩하고 사람의 눈앞을 흐리며 사지를 조종할 수 있을 만큼의 신묘한 힘을 지닌 환상종에 맞설 수 있을 리 전무했다. 인간은 처참히 짓밟힌 채 패배를 선사받았다. 살아남은 자들은 귀룡과 환상종의 손길이 최대한 닿지 않을 곳을 찾아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 터전을 일구었다.
그렇게 영원토록 바뀌지 않을 것만 같던 현실이 이어진지 어연 백 년이 지날 무렵, 맹약자라 불리는 자가 나타났다.
귀룡의 아이이자 귀룡의 동족. 인간을 먹이 삼는 포식자로 환상종이 낙인 찍힌지도 오래.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고 상상치 못한 환상종과의 맹약자가 최초로 등장한다. 그는 환상종이 구사하는 힘을 저 스스로 다루어 누구보다도 강하고 찬란한 기적을 선보였다.
일부는 그가 인간을 잡아먹는 환상종에게 영혼을 판 더러운 배신자라 일갈하였고 일부는 그가 우리의 희망이자 우리가 진화할 수 있을 창구라 떠받들었다. 그리고 남은 일부는, 그와 동일한 맹약자가 되고자 선망했다.
지금, 인류는 다시 반역을 도모한다.
인간이 환상종의 힘을 얻었다는 사실을 귀룡이 깨달았다. 그가 기어이 우리 인간을 멸족시키고자 한다. 힘을 얻은 모든 맹약자는 일족의 배신자, 그러나 우리를 구원할 이로 남아 모든 선망과 희망이 그에게 달렸다. 최초의 맹약자는 자신과 같이 약속을 맺은 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시금 황금의 시대를 불러일으킬, 저 마수를 물리치고자 할 모든 맹약자는 귀룡이 대지에서 시선을 떼는 천도일 가나안의 초입으로 오라. 그가 우리를 완전히 파괴하기 전에. 그가 우리를 살육하기 전에. 끝내 우리가 멸종되기 전에…
- 성장 기간을 거친 성장 후 리뉴얼 설정 구축을 돕기 위해 공개하는 사전 정보입니다. 러닝원은 청소년기 러닝 기준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하며,
성인기 인트로 이전까지 해당 정보를 캐릭터의 입으로 발설 시 메타 발언으로 취급합니다.
용력 1022년, 기어이 귀룡이 자신에게 반기를 들려는 인간의 계획을 감지한다. 분노한 용이 몸을 떨어 천도를 포기하고 인류를 말살하고자 결심하여 모든 환상종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인간과 환상종의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 각 민족들의 수장과 최초의 맹약자가 주관한 맹약자 조합, 가르멜 연합은 협력해 귀룡에게 대항하는 동맹을 체결한다. 인류의 배신자로 낙인 찍혔던 맹약자들은 즉시 가장 위대한 군사력으로 변모하여 징집되기 시작했다. 이로서 단절에 가까웠던 네 민족은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하며 맹약자는 각지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된다.
지독한 상실과 죽음이 난무하는 귀룡과의 전투에 인간의 서식지가 반파되고 모두가 환상종에 대항한지 16년째 되던 날. 용력 1037년, 맹약자들은 다음과 같은 파발을 받는다.
최초의 맹약자가 인간을 배신하였다. 모든 맹약자가 재판에 참석할 것을 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