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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시는 게 있나요. ”

외관

와엠 (@waem_are_you) 님의 커미션으로 받은 전신입니다.

: 은근하게 잿빛이 도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내려서 하나로 묶은 길이가 등까지 온다. 가르마를 타지 않는 머리카락은 선천적으로 곱슬거리는 탓에 결이 좋지 않다. 일단 한 번 묶어서 정리는 했기에 대충 보면 단정하게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거나 손으로 만져보면 부스스한 게 티가 나는 정도. 왼쪽으로 내린 머리보다 조금 더 길게 내린 오른쪽 옆머리는 땋아서 묶었다.

: 눈썹은 끝으로 갈수록 처지는 음울한 곡선에 눈을 바르게 뜨고 상대를 보는 것보다는, 시선을 조금 아래로 두는 버릇이 있어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인상은 아니다. 눈썹의 모양과 비슷하게 눈꼬리가 처진 눈의 눈동자는 옅은 남색. 늦은 시간 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의 색을 닮았다고 하였으나 그 얼굴 앞으로는 검은 베일을 두르고 있다. 왼쪽 귀에만 어렸을 때와 모양이 다른 귀걸이를 차고 있다.

: 손이 많이 거칠다. 양손의 손가락과 손바닥에는 굳은살과 자잘한 상처가 적지 않다. 전체적으로 살이나 근육이 많은 몸은 아니다. 키는 컸는데 살은 조금 더 빠졌을까? 기본 골격이 있고 뼈도 통뼈인지라 손의 상처와 더불어서 유약한 느낌은 들지 않으나, 그렇다고 힘이 있어 보이는 모습도 아니다. 그가 맹약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소환진은 뒷목에 새겨져 있다.

맹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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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예의가 바른 / 다정의 껍질 / 무기력한, 우울한, 줏대가 없는, 자기혐오 / 경멸, 비관적인

: 저를 제외한 모든 존재에게 나이나 어느 조건을 따지지 않고 존대를 사용한다. 타인에게 다정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며 누구에게나 예의가 바른 행동을 취하고, 특별한 일에 흥분하여 화를 낸다거나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이 드물다. 거친 어투를 쉽게 사용하지 않는다. 잔잔하고 고요하여서 흐르는 물과 같은 사람. 사람을 구성하는 일에서 어딘가 중요한 부품이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무슨 일이라도 좋다고 넘기고 남의 의견을 따라가는 일이 많다.

: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에는 어떤 자세로 마냥 속이 꼬인 생각만 했던가. 남을 두고 불평과 불만을 말할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스스로에게 가치를 두는 일에 기반을 한다. 이 과일은 포도라고 한다. 네, 포도군요. 아니, 거짓말이야. 이 과일의 이름은 사과라고 한다. 네, 사과로군요. 너는 이 과일의 이름이 뭐라고 생각하지? 당신께서 사과를 말씀하신다면 사과일 테고, 포도를 말씀하신다면 포도가 되겠습니다. 다만 무엇에도 가치를 두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타의에 기대어 움직이니 그 행동과 말은 그저 유순해질 뿐이었다.

: 모든 행동과 결정은 인간의 선의를 지켰으나 결과는 끔찍한 자기혐오로, 어느 것도 판단할 수 없었다.

: 아, 인간이란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 존재였나?

“ 바르질라의 치료사, 우리의 삶을 위한 우리들의 맹약자. ”

아그립냐의 군인

바르질라 주둔군, 도성 수비대 ( 치료사 )

음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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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칠을 한 리라 위로 모래알처럼 잘고 작은 자개들이 별처럼,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기타

1026, “ 방랑, 귀환, 입대 ”

지하 도시를 떠나는 이들의 무리를 보았을 때, 그는 사막을 향하는 집단과 섞이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건 진실이었을까, 아집이었을까. 발이 닿는 곳으로 짧은 해를 유랑했다. 손이 필요한 곳에서는 일을 거들었고 치료가 필요한 곳에서는 힘을 썼다. 어느 순간에 가족의 얼굴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지나친 마을에서 본 화목한 모습 때문일 수도 있었겠고 그저, 그가 어렸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는 문득 고향으로 걸음을 두었고 이후로 바르질라의 성벽을 나서는 일은 없었다.

“ 군사를 모집하고 있어. 전쟁을 일으킨다더구나. 큰일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

“ 우리가 어렸을 때 함께 하늘의 별을 세었던 걸 기억한다면 부탁할게, 우리 곁에 있어 줘. ”

그는 조금 더 어렸던 제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죽기를 바란 적은 없었다.

그들이 그럭저럭 알아서, 잘 살아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게 잘 살지는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무거운 고개를 끄덕였고, 맹약자를 필요로 하는 군에 들어갔다. 바르질라 주둔군, 치료사 이실두르.

1026년, 새롭게 얻은 그의 수식어였다.

 

1028, “ 라르고 ”

다른 지역에 비하여 귀룡에게 철저한 대응을 보인 아그립냐에서는 거대한 피해가 드물었다.

그러나 침범이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평온한 시대에서는 바르질라의 대부분이 이름을 몰랐을 어느 환상종이 성벽의 바로 밖까지 도달했다. 화약과 맹약자, 아그립냐의 기술을 활용하여 성벽의 방어에는 성공했으나 겁에 질린 성벽 내부의 사람들이 있었다. 크고 작게 다친 군사들을 치료하면서 며칠을 돌았을 때 그는 골목을 떠도는 어느 개의 모습을 보았다. 사람의 손을 잘 타는 게 버려진 동물인 것 같았다. 하루는 거리에 앉아서 식사를 챙기다가 물을 건네주고 하루는, 고기를 조금씩 떼어주며 늑대를 닮은 그것과 가까워졌을 때 그는 그것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네게 가족이 불편하다면 새로운 집을 구해주겠다며 형이 마련해준 그의 공간이었다.

높은 성벽 아래의 어느 치료사에게는 한 마리의 개가 있었다.

치료사는 개를 아꼈다. 개가 있으니 방랑은 하지 않겠네. 그건 사람들에게 있어서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 환상종의 폭격적인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성벽의 증축을 고려해야만 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이거 정말, 위험할 수도 있는 거 아냐?

 

보수가 아닌 증축을 고려해야만 했다.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었으므로.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래도 우리는 살 수 있겠지. 아그립냐는 부족하지 않고 괴물의 힘을 지닌 사람들도 있잖아.

 

언젠가, 그들의 땅에 어떤 거대한 그림자가 하늘로부터 내려왔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땅에 발붙인 채 이질적으로 비틀린 동물이 먼 구름 위를 나는 그림자를 보았다.

그들은 생각했다. 우리, 진짜 괜찮은 거 맞아?

 

1032, “ 바르질라의 치료사 ”

* 주의 문구 : 반려동물의 죽음, 주변인의 외면과 방치

* 오너는 사람이 약자와 동물에게 가하는 그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인하지 않습니다.

쿵, 쿵, 울리는 성벽의 반대편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넘어졌고, 다쳤으며, 울었고, 일어섰다. 성벽에 매달린 동물계 환상종의 무리와 아그립냐의 군사, 용병들이 싸우고 있었다. 성벽과 가까운 건물이 무너졌다. 위협이 있었다지만 순조로운 방어에 성공한 수도는 성벽 내부를 수습했다. 환상종과의 격돌로 다친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끼어서 다치고, 죽은 사람들이 있었다. 사상자를 살피던 이들은 거리의 어느 개가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걸 보았다. 치료사의 개라는 사실을 알아본 이가 너덧은 넘었다. 그 치료사는 매양 개를 데리고 다녔으므로. 수도가 마련한 치료소에서 사람의 힘으로는 일으킬 수 없는 기적과 같은 치유가 일어나고 있었다. 성벽 밖에 가득한 모래들 중 특별한 것이 상처를 덮고 부러진 뼈를 맞추고 있었다. 이 개를 그에게 데려간다면 분명 살 수 있겠지. 그런데 다친 사람들이 있었다. 자세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죽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보다는 다친 사람이 많았다. 사람이 많았다.

이 개를 살리는 일에 그 치료사는 필시 힘을 쏟으리라. 아닌 척을 해도 늘 개를 아꼈으니까. 그 치료사는 늘 둥글게 구는 척했지만 어딘가 모난 구석이 있었다. 사람과 부딪히지는 않아도 턱, 껄끄럽게 굴고는 했기에 사람들은 그 치료사가 과연 자신의 반려견보다 부상자를 우선할지 의심했다. 불확실한 짐작과 의심은 오고가는 무언의 눈빛 속에서 퍼졌다. 끝내 상처 입은 동물을 주인에게 데려가는 이가 없었다. 다수가 누른 양심은 오래 갈 수 있는 비밀이 아니었다.

 

그는 가족으로부터 라르고의 차게 식은 몸을 받았다.

그 개가 손을 쓸 도리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비통했다.

 

그는 사람의 몸보다는 작고 털이 달린 것이 버둥거린 흔적과 혈흔, 건물이 무너진 잔해를 보았다.

그 개가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갔음을 알았다. 사람들이 정신이 없었겠지. 모두 황망하느라...

 

그는 제게 가르치는 것처럼 위로를 건네는 어느 군인의 말을 들었다.

이제는 사람에게 전념하라고, 네가 믿음을 주지 않으니 사람들이 네게 알려주지 않은 게 아니냐고.

 

그는 깨달았다.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은 거구나.

그 개는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며 사람들이 그를 불러줬더라면 또 다시 살릴 기회가 있었다.

그 기회라고 하는 건 그가 사람을 믿을 수 있는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다들 ‘ 악인 ’ 은 아니었기에 걱정을 해줬다. 치료사의 표정을 살피고 함께 비극에 대해서 애통한 감정을 표했다. 이게 전쟁이라고, 너는 개를 잃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라면서 슬픔에는 격차가 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아, 인간이란 정말이지 고작 이것밖에... 그러니, 용서할 수 없었다. 용서하기 싫었다. 하지만 용서하지 못한다고 하여서 그가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사람을 원망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럼에도 매달리는 걸 버리고 떠날 수는 없는 것도 모두가 나약함이었다. 왜 떠나지 못하는 걸까, 왜 여기에서, 왜... 자신의 감정도 어떠한 의문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른다. 전쟁은 계속되었다.

 

머쓱하게 웃는 얼굴들이 이제는 괜찮은 거냐고 물어왔다. 싫었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창을 통해서 비치는 자신의 얼굴도 싫었다. 보고 싶지 않았다.

다만 눈을 찌르고 귀를 뚫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 그는, 담력도 용기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그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시야를 가린다. 어두웠다.

 

1037, “ 파발 ”

파발의 요구와 함께 바르질라를 떠난다.

“ 다시 돌아와. 네가 있을 곳은 여기잖아. ”

 

: 불면증에 시달린다.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음울하고 피곤한 낯이 되었으나 한 겹 베일에 가려진다.

: 그가 의도를 담아서 연주하고 어떤 도시의 시를 읊을 때 그의 주변을 도는 모래가 나아가, 사람의 붉은 피를 멎게 하고 상처를 감싸며 부러진 뼈를 바르게 맞춘다. 누군가의 절망을 돕는 치유는 사람의 힘이 아니었다.

: 악기를 조율하는 도구, 육포나 말린 과일, 리라와 여러 개의 호신용 단도 등을 들고 다닌다.

크리쳐

어머니, 모래의 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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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는 어느 순간, 짙게 불어오는 모래 바람.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모래가 그들의 살을 따갑게 스치고 지나갔을 때 그들은, 자신의 주변에 있었던 이들 중 가장 어린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법칙을 ‘가장 어린 존재’ 라고 특정할 수 있었던 건 사막을 건너던 상단의 주인 부부가 안은 갓난아이가 사라졌을 때. 두려움은 경외가 되기 마련으로 사막을 건너는 이들은 두려움을 담아 존재의 이름을 불렀었다. 그것은 모래의 형태를 띤 어머니, 그것이 함께 몰고 오는 바람은 어머니가 부르는 우리들의 이름이라고.

성질

그 현상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진 내용은 없었다. 굳이 높은 성벽을 넘어서 안전을 탈피할 이들이 아닌 이상 그것의 이름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언제나 그 이름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의 등장과 기이한 모래 바람은 오로지 그것의 호기심과 어떤 관심을 표명할 뿐, 그것에게는 악의가 없었음에도.

모래는 맹약자를 향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맹약자의 주변, 정확하게는 손목이나 발목의 어느 근처를 돌고 있다. 자잘한 모래의 흔적은 모래시계에서 떨어지는 그것마냥 부드럽다. 그 모래의 움직임은 그의 맹약자가 어떤 음악을 연주할 때, 어떤 노래를 부를 때 더욱 활발해지기도 했다. 모든 도시의 노래는 바람을 타고 사막까지 건너왔으며 모래 속에 잠겼기에 그 모래는 어떤 도시 안에서 불리어진 모든 노래를 알았다. 교감을 통해 맹약자와 지식을 공유한다. 사람을 잃고 자신을 잃어 유일하게 남은 모래에게 의존하는 맹약자의 존재는 그 모래의 관심을 얼마나 채울 수 있었을까? 다만, 그것은 혼자 웃는 것처럼 맹약자의 발 근처를 떠돌 뿐이었다.

어머니, 모래의 호명의 마지막 아이, 이실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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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순간

길다고 말한다면 길었고, 짧다고 말한다면 짧았던 한 해였다.

사람을 떠났고 사람이 떠났다. 언제나 스치는 인연만이 있었으므로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그러나 모래가 남았다. 사막을 유영하는 이의 발에 스치는 감각이 있었다.

태양의 빛은 무거울 정도로 눈부셨고 달은 밝았다. 손에 쥔 약속의 이름을 사랑으로 부르는 자가 있었다.

문득 눈가를 짚어도 만져지는 것은 없었으나 그는 방랑의 길에 들어서기 전, 한 번 흘렸던 눈물을 기억했다.

낮을 보내는 동안 달궈진 모래가 밤까지 따스했다. 천막을 치고 앉아서 느낀 바람은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노래는 부족했다. 다만 그 노래가 자신의 곁을 도는 존재를 즐겁게 한다면, 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을 것을 찾았다. 모래는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죽음 이후까지 언제나 같은 모습일 터였다.

“저는 노래하겠습니다. 태양과 달이 만나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당신만이, 
변치 말고 남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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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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