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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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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BLACKBEAN___C 님의 커미션으로 받은 두상입니다.

: 은은하게 잿빛이 도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내려서 하나로 묶었다. 가르마를 타지 않는 머리카락은 선천적으로 곱슬거리는 탓에 결이 좋지 않다. 일단 한 번 묶어서 정돈은 했기에 대충 보면 단정하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거나 손으로 만져보면 부스스한 게 티가 나는 정도. 머리카락과 같은 색인 눈썹은 끝으로 갈수록 처지는 부드러운 곡선에 눈을 바르게 뜨고 상대를 보는 것보다는, 시선을 살짝 아래로 두는 버릇이 있어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인상은 아니다. 거기에 더해 언제나 가벼운 미소를 걸친 얼굴은 그의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에 도움을 주는 듯하다. 눈썹의 모양과 비슷하게 눈꼬리가 살짝 처진 눈의 눈동자는 옅은 남색. 늦은 시간, 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의 색을 닮았다고 했다. 

: 특별한 무늬나 장식이 전혀 없게 미색의 천으로 만든 옷을 걸쳤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긴 상의는 소매가 좁아서 그의 손목까지 단단하게 감싸며, 금색이라고 말을 하기에는 흙색이 낀 누런색의 넓은 천으로 허리를 한 번 둘러서 묶었다. 긴 상의 아래에는 역시 같은 색의 바지를 입었고, 평범하게 두꺼운 천으로 만든 검은색 신발은 목이 길고 조금 낡았다.

: 부드러워 보이는 외형과는 다르게 손이 많이 거칠다. 양손의 손가락과 손바닥에는 굳은살과 자잘한 상처가 적지 않다. 전체적으로 살이나 근육이 많은 몸은 아니지만 기본 골격이 있고 뼈도 통뼈인지라 손의 상처와 더불어서 유약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가 맹약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소환진은 그의 뒷목에 새겨져 있다. 

맹약자

성격

예의가 바른 / 속이 꼬여있는 / 완벽주의자 / 소시민적인 / 참을성이 없는

“ 자꾸 싸우지 말라고 했지? 형은 그렇게 의젓한데다가 이제 동생도 있는데, 너만 왜 이러는 거야. ”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하늘과 땅을 우러러 하고 싶은 일은 전부 하고, 하고 싶은 말도 전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였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다소 성격이 변했다. 철이 들었다고들 했다. 그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존재에게 나이나 어느 조건을 따지지 않고 존대를 사용했다. 타인에게 다정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며 누구에게나 예의가 바른 행동을 취하고, 어떤 일에 흥분해서 화를 낸다거나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이 드물었다. 거친 어투를 쉽게 사용하지 않았다. 잔잔하고 고요하여 흐르는 물과 같은 사람. 흔한 표현으로 어른스럽게 보이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 무슨 소용이었을까. 결국은 이렇게 될 거였는데. 

 

“ 응, 지금도 괜찮게 보이긴 해. 그런데 조금 더 밝은 색으로 칠하면 어떨 것 같아? ”

“ 안목이 좋으시네요. 그렇게 해볼게요. ”

“ 내가 붉은 장식이 좋다고 했었나? 자주색이라고 하지 않았어? 내 입이 실수를 했나? ”

“ 제 귀가 실수했던 것 같네요. 고쳐오겠습니다. ”

“ 진작 재료를 구해두라고 했었는데, 왜 이렇게 굼떠? ”

“ 네. 죄송합니다. ”

어딘가 중요한 부품이 하나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무슨 일이라도 좋다고 대충 넘기는 일이 잦은 사람이었다. 곁에 있는 사람이 평가하자면 꽤나 손해를 보고 살겠다고 쉬이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성격이었는데, 사실 그 내부에는 불평과 불만이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다. 변명을 해보자면,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는가? 짐승의 가시처럼 돋친 성격을 누르고 그 겉을 사회성으로 포장해서 살다가, 살다가 보니 속이 많이 꼬인 생각이 그의 자세가 되었다. 솔직한 의견을 말로 꺼내지 않았고 자신의 감정이 어떤 방향으로 흐른다고 하더라도 일단 남이 듣기에 좋은 말을 하고 봤다. ‘ 날도 더워서 죽겠는데 뭐가 좋다고 웃고 있는 거야? ’ 그렇게 생각을 하는 자기 자신도 웃는 낯으로 남을 대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어느 면으로 보자면 평범한 사람이다. 애초에 남에게 자기 생각을 죄다 드러내고 사는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그는 콧방귀를 끼었다. 그는 위험한 세상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고, 이렇게 살다가 평온한 끝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랐다. 괴이한 존재에게 걸려 끔찍한 일을 겪지 않고 이 목숨만 멀쩡하게 말이다. 

 

그는 책임을 질 수 있었고,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 번 시도한 일이나 약속을 한 일에 있어선 끝을 보려고 들었으며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다. 자신의 일에 있어서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거나 도중에 포기하려고 들지도 않았다. 설령 자신의 앞에 닥친 어떤 것이 그 스스로에겐 벅차거나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도 마찬가지. 처음 손을 대는 재료는 사비를 써서 다른 물건을 구해서라도 손에 익혔고, 자신의 방을 어지럽혀가며 모르는 악기를 분해해서 제대로 구조를 파악하기도 했다. 남의 말을 듣기로, 그는 이미 장인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저 멍청하고 게으른 스승보다는 내가 훨씬 나아, 하지만 그 생각이 이런 일을 불러오길 바란 건 아니었다. 

 

“ 그 넓은 사막에서 겨우 돌아왔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어느 사이에 정신이 나간 것 같더라고. ”

“ 웃으면서 말을 하는데 그 말이 어찌나 섬뜩하던지. ”

그가 그의 환상종에게 약속의 말을 듣고 마을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했던 건 스승의 공방을 뒤엎고 물건을 부수는 일이었다. 그는 술에 취해 제대로 정신을 못차리는 스승에게 삿대질을 했고 가게의 벽을 염료로 물들였으며 단단한 현을 끊었다. 집에 박힌 그에게 찾아와서 사과를 하러 가자고 권유하는 형의 엉덩이를 발로 차서 내쫓은 일은 벌써 주변으로 퍼졌다. 그는 버릇으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웃는 낯을 하고 있었으며 상냥한 목소리를 꺼내었으나 심기가 뒤틀리면, 금방 날이 선 말을 던지기도 했다. 이미 한 번 터진 둑을 쉽게는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 굳이 말을 얹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 또한 굳이 날을 세우지 않았으나 이미 소문이 퍼진 주변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다. 가족의 말 한, 두 마디와 무의미한 싸움을 견디는 게 힘들었다. 발 주변을 도는 모래의 흔적도 싫었다. 그는 어디로든 떠나버리고 싶었다.  

음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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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칠을 한 리라 위로 모래알처럼 잘고 작은 자개들이 별처럼,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기타

바르질라에 기거하며 평범하게 교육을 받고, 자신의 가게를 차려서 주어진 삶을 살 준비를 했던 소년. 

그는 모험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별을 쫓는 이를 보며 냉소했다.

 

: 그는 자신의 입으로 구태여 좋고 싫은 걸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음악을 듣고 즐기는 걸 좋아한단 사실을 알았을 거다. 그는 바람을 타고 흐르는 선율이 부드러운 속삭임을 자아낼 때 평온을 찾았다. 그의 형제는 그가 음악을 연주하는 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는 자신의 귀에 자신의 수준이 한참 모자라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기에 그는 그들의 손에 악기를 들려주고자 했다. 그가 선택한 건 제작의 길이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재능이 있었다. 

: 그는 아그립냐의 학제를 따라 중학교를 졸업한 후, 본격적으로 악기를 제작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거리에서 꽤 큰 가게를 운영하면서 어느 귀족에게 관상용 하프를 납품하기도 했다는 소문이 도는 장인의 밑으로 들어가서 제작을 배웠는데, 그 스승은 술을 좋아하고 성격이 저열한 사람이었다. 손이 많이 가고 피곤하거나,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어린 그에게 시켰으며 만들어진 악기는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토했다. 그는 스승이라고 콧대를 세우는 사람의 발을 짓밟고 싶었으나 이미 한 장인의 아래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밑으로 가는 건 어려운 일이었기에 나이를 먹을 때까지 참으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새긴 리라가 처음으로 가게에 놓였을 때 그는, 참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그의 스승은 자신의 제자가 자신의 가게를 발판으로 이름을 얻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더라면, 그의 악기를 자신의 가게에 올리지 않았을 거고 그는 자신의 스승이 그런 일을 저지를 거라고 상상할 수 있었더라면, 그의 곁에서 참지 않았을 거였다. 후회해도 늦은 일이었다. 

: 그는 사막에서 환상종과 계약하여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나, 사람이 정신이 나간 것 같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의 악기를 구매한 사람은 그의 집 주변으로 악기를 버렸다. 그의 가족은 그의 발 근처를 돌고 손목을 감싸며 기웃대는 모래가 불길하여 그의 주변으로 가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하고자하는 일도 없었다. 

 

: 평소에는 작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내는 탓에 크게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아니다.

: 귀에는 푸른 천으로 매듭을 지어서 만든 귀걸이를 차고 있다. 꽤나 오래 전, 어렸던 동생이 용돈을 모아서 역시 어렸던 그에게 선물한 인형의 천을 뜯어 학교에서 만들었던 간단한 세공품이다. 어울린다는 말은 꽤 듣기 좋았기에 언제나 차고 다녔다. 

: 어머니와 아버지, 형과 남동생을 두고 있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실종된 그가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는. 

: 자극이 강한 음식을 잘 먹는다. 뭐라도 간이 센 걸 선호하지만 즐기는 반면 쉽게 물리기도 해서 같은 음식을 한 번에 많이 먹지는 않는다. 너무 불평과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 오히려 싫어하는 걸 특정하기 어렵지만, 중요한 선택이 아니라면 긴 생각을 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 대충 웃는 걸로 넘어갈 수 없는 진지한 상황을 조금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

: 그가 의도를 담아 연주하고 어떤 도시의 시를 읊을 때, 그의 주변을 도는 모래는 나아가 사람의 붉은 피를 멎게 하고 상처를 감싸며, 부러진 뼈를 바르게 맞춘다. 누군가의 절망을 돕는다. 상처 위로 거칠게 버석거리는 모래의 흔적이 닿을 때 몸을 움츠리게 되는 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니, 그 힘이 불편하게 여겨지더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크리쳐

어머니, 모래의 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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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는 어느 순간, 짙게 불어오는 모래 바람.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모래가 그들의 살을 따갑게 스치고 지나갔을 때 그들은, 자신의 주변에 있었던 이들 중 가장 어린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법칙을 ‘ 가장 어린 존재 ’ 라고 특정할 수 있었던 건 사막을 건너던 상단의 주인 부부가 안고 있었던 갓난아이가 사라졌을 때. 두려움은 경외가 되기 마련으로, 사막을 건너는 이들은 두려움을 담아서 존재의 이름을 부른다. 그것은 모래의 형태를 띤 어머니, 그것이 함께 몰고 오는 바람은 그것이 부르는 우리들의 이름이라고. 

성질

그 ‘ 현상 ’ 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진 내용은 없었다. 굳이 높은 성벽을 넘어서 안전을 탈피할 이들이 아닌 이상 그것의 이름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언제나 그 이름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그것의 등장과 기이한 모래 바람은 오로지 그것의 호기심과 어떤 관심을 표명할 뿐, 그것에게는 악의가 없다. 비록 그것의 등장으로 누군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맹약자를 향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맹약자의 주변, 정확하게는 손목이나 발목의 어느 근처를 돌고 있다. 자잘한 모래의 흔적은 모래시계에서 떨어지는 그것마냥 부드럽다. 그 모래의 움직임은 그의 맹약자가 어떤 음악을 연주할 때, 어떤 노래를 부를 때 더욱 활발해지기도 한다. 모든 도시의 노래는 바람을 타고 사막까지 건너왔으며 모래 속에 잠겼기에 그 모래는 어떤 도시 안에서 불리어진 모든 노래를 알고, 교감을 통해 맹약자와 그것을 공유할 수 있었다. 겁에 질렸고, 환상종의 존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동시에 그 모래에게 조금은 의존하는 맹약자의 존재는 그 모래의 관심을 얼마나 채울 수 있었을까? 

왜 하필 제가 갔을 때 나타났던 거예요. 제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죠? 더 잘 하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당신이 원한다면 나를 떠나도 괜찮아요. 아니, 떠날... 수, 있나? 저기, 당신이 떠나면 저는 어떻게 되나요? 환상종에도, 맹약자에게도 관심이 없었기에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그것의 어린 맹약자가 가끔 혼자 구질해지는 모습을 볼 때면 그것은 혼자 웃는 것처럼 맹약자의 발 근처를 떠돌 뿐이었다. 

약속의 계기

편하게 쓰려고 들였던 어린 조수가 자신의 가게에서 점점 이름을 얻고, 손님이 들어와 조수의 이름을 먼저 부르는 걸 본 순간 속이 좁은 장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을 보는 예의바른 조수의 눈에 담겨있는 한심하다는 감정을 눈치 챈 순간에는? 장인이 그 시선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고 바른 삶을 살 줄 아는 어른이었다면, 그의 조수는 그를 그런 눈으로 보지 않았을 거였다. 장인은 조수의 손을 쥐고 말했다. 성벽 밖에서 자라는 진귀한 풀이 있는데 그 풀을 말리고 굳혀서 악기의 겉에 장식하면 그 모양이 그렇게 고급스럽더라. 내가 이미 몇 번 해봤어. 안전해. 괜찮아. 뭐? 같이 나가기 싫다고? 싫으면 나가! 조수는 생각했다. 이런, 동물의 자식 같은 놈을 봤나. 

형식상의 검문을 받고 나간 성벽의 밖에서 거친 모래 폭풍에 휩쓸렸을 때, 발이 무너져라 도망치는 장인의 뒷모습을 본 조수는 다시 생각했다. 저 빌어먹을 놈은 손님으로 찾아온, 어느 상단의 주인이 지나가는 것처럼 말했던 이 현상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었던 거라고. 뒤늦은 원망을 토해도 어린 조수의 몸은 이미 깊고 어두운, 정체를 모를 공동에 빠진 뒤였다. 유일하게 반짝거리며 빛을 내는 먼지 같은 것들, 모래가 자그마한 소용돌이처럼 그의 주변을 돌고 있었다. 식은땀이 흘렀고 주먹이 세게 쥐여졌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존재는 말이 통하는 존재일까? 알 수 없었다. 다만 본능이 외쳤다.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아, 살려 줘! 그것은 다시 웃는 것처럼 그의 발 근처를 돌았고 그에게 어떤 언어를 속삭였다. 

그는 모래가 이끄는 길을 따라서 개미굴처럼 좁은 길을 걸었다.

다시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태양의 빛은 눈부셨다. 

“네 피가 모래에 잠겨서 굳을 때까지, 너와 함께 있어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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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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