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동식물과 같으나 다르며 모든 자연의 순리를 어기는 권리를 취득한 자입니다.
이를 생명체라 지칭함이 옳으나 동시에 옳은 지 알기 어려운 일입니다. 실존치 않는다 믿었던 구전 속 상상의 동물이 현신하였으니
우리가 그것을 환상종이라 부르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 아니겠습니까.
그들은 마수 귀룡의 동족이요, 약속의 땅 가나안의 지배자요.
그 존재를 마주하고 싶다면 가나안을 기점으로 전 지역에 한 발자국만 내디뎌보시오.
단, 이후 당신이 두 눈을 뜨고 살아있을지는 단언치 못하겠소.”
귀룡의 동족이자 우리 세계의 최상위 포식자.
약속의 땅 가나안을 필두로 전 지역에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 종류와 형태가 판이한 존재.
당신은 인간이 만든 안전 지대이자 둑을 넘어 구태여 바깥에 걸음한다. 그 즉시 느끼게 되리라. 모든 살의와 적의는 자연에서 비롯된다. 존재를 감지하였다면 이제 그들을 부를 시간이다. 환상종.
기본적으로 환상종은 인간을 적대하고 일종의 먹잇감으로 취급한다. 본능을 따르는 환상종이 있는가 하면 지능이 인간 수준으로 뛰어난 존재도 있는데, 수준을 막론하고 인간을 적으로 삼아 터전에 침입하기를 망설이지 않는 건 매한가지다. 그의 공격을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 막아낼 방도는 없다. 단언컨대, 없다.
그들이 어째서 인간을 포식하고자 하는지는 명확하다. 환상종은 인간의 영혼을 먹으면 진화한다. 때문에 인간을 가장 많이 포식한 환상종일수록 강력한 힘을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철저히 먹이사슬에 기반하여 신수를 제외하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환상종은 동족 중 일부를 수하에 거느리기까지 한다. 이를 신 환상종이라 부른다.
결코 공존하지 못하리라 여겼던 환상종의 일부가 인간의 반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여한 것은 맹약자의 존재다. 인간과 맹약을 체결한 환상종은 더이상 인간의 영혼을 섭취하지 않고 자신과 약속을 맺은 인간과 같은 수준으로 성장한다. 당신, 환상종에게 영혼을 바쳤는가. 그렇다면 그들을 알고, 감지하고, 깨달으라. 영원한 우리의 적이자 갑작스런 아군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