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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놓거라, ‘우리’가 왔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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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차가운 산 위를 제대로 된 옷도 없이 떠돌았다. 발이 얼어도 어는 것과 동시에 나을 수 있으니 괜찮았다.

에실라 파리하 카림, 이제는 ‘우리’들만 부르는 이름…….

외관

그들은 작열하는 태양에 시들고 말라 버린 풀과 나무를 닮았다.

물려받은 몸은 시간이 지나 점점 길어지고 커졌으나, 여전히 살도 근육도 제대로 붙지 않아 몸 전체가 얇다.

 

분홍빛 눈은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그 안에 감도는 빛은 부자연스럽다. 동공은 거의 상시 세로로 갈라져 있으며, 사람보다는 뱀의 것을 더 닮게 되었다.

 

머리카락은 또 어떤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마른 풀 같은 머리카락은 마구 자라나 그들의 골반까지 덮는다. 바람이 불면 한껏 나부끼는 모습은 간혹 모래바람을 연상시키곤 했다.

머리카락 아래, 등에는 척추를 따라 비늘이 돋아 있다. 옅은 금빛을 띤 비늘은 머리카락이 간혹 바람에 떠오르면 그 사이로 언뜻 비치곤 한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없다. 갑옷은커녕 얇고 해진 옷가지를 한두 겹만 겨우 걸치고 다닌다. 나부끼는 천 사이로 지난 세월 동안 온몸에 서서히 새겨졌을 수없는 흉터가 드러난다.

 

허리춤에는 약병을 매달고 다니기도 한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쩔그렁 소리를 내며 산을 배회하는 것을 만난다면, 필시 머리 백 달린 뱀일지라!

맹약자

성격

상식 부족 / 호전적인 / 순진한-해맑은? / 제멋대로 / 무모한

 

그들은 첫 번째 에실라가 사라진 후 통제에서 벗어나, 점점 보통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때문에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기행인 일들을 당연하게 저지르곤 한다. 크게는, 어차피 발은 얼자마자 다시 낫고 고통 또한 100명이 나누어 가지면 미약하니, 옷을 한 겹만 입고 설원을 돌아다닌다거나……. 작게는, 약한 독성이 있는 독초로 술을 담가 먹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또한 그는 이전보다 싸움을 좋아하게 되었다. 거의 전투광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한 번 전투가 벌어지면 상대를 완전히 꺾을 때까지 끝없이 덤비는 게 그의 유일하다시피한 전략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부러지고 꺾였다가 다시 붙는 고통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무모하다 보일 수도 있지만 그에겐 가장 유효한 전략이다. 덕분에 그의 몸은 온통 흉터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그는 예전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웃고, 감정의 동요를 크게 보인다. 그 감정의 폭도 매우 커, 웃을 때에는 배가 뒤집힐 때까지 웃고 슬플 때에는 집안이 떠나가라 운다.

 

통제가 없기에 그들은 제멋대로다. 하고 싶은 것은 건드려 봐야 하고, 하고 싶지 않은 건 억지로 시키지 않는 한 하려 들지 않는다.

이러한 성정은 모든 에실라들이 조금의 오차도 없이 동일하다.

舊 방랑 의사

그들은 수없이 돌아다녔다. 세상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고, 다른 이들과 약속한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치료했고, 많은 이들에게 방랑 의사라 불렸다.

하지만 그것도 예전 이야기. 최근 10년 동안 그는 치료를 관두고 전투가 벌어지는 곳만을 쫓고 있다.

드루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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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잠적

에실라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였다. 전투는 끊이지 않았고, 최대한 분열을 억제해 보려 했어도 에실라는 결국 마흔 명까지 불어나 버렸다. 일곱 명으로도 혼란스러워하던 에실라가 마흔을 버틸 수 있을리는 만무했다. 그의 주권은 계속 쪼개지고 쪼개져, 몸의 통제권 또한 거의 사라졌다. 첫 번째 에실라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잠들어 있고, 다른 에실라들이 날뛰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대로 둔다면 첫 번째 에실라는 그대로 사라지든, 영원히 잠들든…….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게 자명했다.

 

하지만 그는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처럼 살고 싶어하는 자가,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바랄 리 있겠는가? 첫 번째 에실라는 어느 날 마지막 힘을 짜내어 시간을 벌었다. 일주일 동안 표면에 홀로 있을 시간을. 그리고 그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방법을 찾을게. 꼭 돌아올게. 그때까지 날 잊지 말아 줘.”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후 에실라는 연락이 끊겼고, 그 어떤 흔적도 없이 1년을 잠적했다.

1년 후 돌아온 그들에게는 첫 번째 에실라가 더 이상 없었다.


 

  • ‘우리’, ‘우리’, ‘우리’, ‘우리’, ‘우리’들…….

그렇다면 지금 그는 몇 명인가? 스물아홉 살, 에실라의 숫자는 이제 100명이다. 아직 숫자가 열 명도 되지 않을 적에는 그나마 각자의 개성이 있었으나 100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은 전부 비슷한 성격과 생각을 품고 있다. 그 어떤 수를 쓰더라도 그들을 서로 구별할 수는 없으리라.

 

예전의 여섯 명―그러니까, 두 번째부터 일곱 번째까지― 또한 예외가 아니다. 계속해서 나뉘고 나뉘며 그들의 특성도 옅어졌다. 그러니 이제 그들은 서로를 구별하지 않는다. 마치 아주 작은 생명들이 뭉쳐 거대한 생명을 흉내내듯, 그렇게 100명은 하나의 ‘에실라 파리하 카림’이 되었다.

 

  • 일곱 명의 카림

그들은 더 이상 아그립냐에 가지 않는다. 더 이상 사막 위의 제 가족들을 만나지 않는다. 가르멜에서 나간 직후에는 그럭저럭 관계를 유지했으나, 첫 번째 에실라가 사라지자 그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여전히 에실라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를 ‘에실라’라고 주장하는 마흔 명은 변한 ‘자신’을 가족들이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가족들이 알던 것은 첫 번째였지, 그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가족들은 점점 난폭해져 가는 에실라들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결국 에실라들은 가족에게 자신을 이해시키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게 가족들과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그저 서로 죽었다는 소식만 듣지 않고 있을 뿐이다.

 

  • 이름 없는 뱀

그들은 이름 없는 뱀, 뱀의 마녀, 백 마리 뱀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린다.

에실라 파리하 카림? 그 이름은 이미 그의 이름을 알고 있던 이들이 아니면 불리지 않게 된 지 오래됐다. 이것은 일종의 오해인데, 왜냐하면 그들이 전투에서 공을 세우거나 한 뒤 ‘에실라가 좋아할 거야!’ 같은 말을 해댄 바람에 사람들이 그들과 에실라를 타인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오해를 바로잡을 생각은 없는 듯하다. 결코 에실라와 자신들을 타인으로 인식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에실라를 모르던 사람들에게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에실라를 알던 사람들이 에실라라고 부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히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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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뱀.

개체마다 머리의 숫자는 다르지만 머리 한 개를 자르면 그 자리에서 두 개가 돋아나고, 시간이 지나면 또 새 머리가 돋기 때문에 오래 산 개체일수록 머리 개수가 많다. 머리가 자라나는 것 자체는 재생할 힘이 있다면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머리의 개수가 너무 많아지면 신체 유지에 필요한 열량이 지나치게 커지며, 움직임 또한 굼떠져 사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존에 극히 불리하다. 평균적으로는 머리 100개 전후로 생을 마감한다. 모래 위로 출몰하는 것은 주로 낮으로, 밤에는 모래 아래로 파고들어 여러 개의 머리로 먹이를 찾곤 한다. 서식지에 따라 빛깔이 다르지만 아그립냐 주변에 서식하는 것들은 모래의 색을 닮은 연한 금빛을 띠는 경우가 많다.

 

에실라와 함께하는 히드라는 모래색에 머리가 백 개인 개체이다. 하지만 머리 없이 잘려 있는 목도 몇 개 정도 있다. 잘린 목의 단면은 불로 지져 지혈되어 있다. 그 단면에서는 다시 머리가 자라지 않는다.

자연의 섭리대로라면 곧 죽어 마땅하지. 그러나 우린 살아있어.

 

머리가 계속 자라날 만큼 재생력이 좋아 웬만한 상처에는 끄떡도 하지 않으며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어 사냥에도 능하다. 히드라의 독은 치사율도 높지만, 접촉하거나 섭취할 시 온몸이 불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히드라가 사냥한 사냥감은 전신에 독이 퍼져 있기 때문에 다른 생물들이 피하곤 한다.

히드라의 독은 나이가 들수록 독이 더 강력해지며, 에실라와 함께하는 히드라의 독은 이제 단순히 몸에 고통을 주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꽤 강한 산성도 띠게 되었다.

 

히드라의 맹약자는 히드라의 모습을 빌려 그 독으로 공격하거나 히드라의 재생력을 일시적으로 타인에게 넘겨 치료할 수 있다.

크리쳐

성질

타고난 사냥꾼. 독립적인 성격이지만 한 번 마음을 연 대상에게는 퍽 다정하게 군다. 흥미를 돋우는 것에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려는 성향이 있으며,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머리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며, 머리들끼리 대화하고 심지어는 싸우기도 한다. 각 머리의 차이가 에실라보다는 뚜렷한 편이다. 하지만 대체로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단순한 편이다.

 

인간을 사냥하는 것은 꽤 즐긴다. 물어보면 변수가 많아 재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는 에실라에게 친근하게 구는 편이다. 제 머리를 에실라에게 비벼대는 것은 물론이요, 쓰다듬어 주는 것을 즐기기까지 한다. 오히려 에실라가 부담스러워할 만큼.

지금은 제 맹약자를 조금 불편해하고 있다. 과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면, 그에게 아주 큰 죄라도 지은 것만 같다.

히드라의 잘린 목, 에실라 파리하 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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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순간

열넷이 되던 해였다. 새로이 열세 번째가 태어나던 그 순간, 에실라는 자신이 또다시 줄어들었음을 인식했다. 이대로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머지않았겠지. 두려움이 에실라를 감쌌다. 그럼에도 그는 내색하지 않고 환자들을 치료했다.

그날의 일을 모두 마치고 히드라의 등에 누워 같이 잠들려 했다. 바닷가 주변 숲속,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별은 맑았고 바람이 조용한 밤이었다. 에실라는 제 존재의 죽음을 직감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아직 걱정을 끼치기 싫었다. 그러나 히드라에게는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날, 에실라는 다가올 죽음의 참담함을 꾹꾹 눌러삼키고, 히드라를 향해 제 다짐을 쏟아내었다.

“그 어떤 불이 잘린 목의 단면을 지지더라도, 나는 다시 돋아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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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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