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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세에는 금수가 되어 만나러 오리다. ”

- 시렌, 다와, 델, 아민… 

- 이름은 존재의 증명. 불린 것들에 의해 자리를 확립한 뒤 그는 스스로를 기어이 불법의 수호자라 일컫기로 결심한다.

- 네가 떠나면 난 이름을 잃어. 받은 것들은 이리도 무겁다.

- 딱 한 번 제 어미가 저를 다와(월요일에 태어난 아이, 달이 뜰 때 태어난 아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 때문에 한 해 중 밤이 가장 긴 날을 멋대로 생일이라 생각한다.

- 바다의 그 어딘가. 에이리크의 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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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금수 같은…….”

- 상대를 물어뜯을 것만 같던 번들대는 눈빛은 갈리고 사포질 되어 공격성이 사라졌다. 허나 그것을 인간이라 지칭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여전히 잘 갈린 송곳니, 일종의 오만이 느껴지는 눈빛… 과거 덥수룩한 머리 사이로 희끗 드러나던 눈동자는 한 면이 완전히 덮였다. 그 안에서 타오르듯 두렵게 빛나는 샛노란 안광은 햇살로도 봄의 바람꽃으로도 비유하지 못할, 인간의 의양보다 짐승에 가깝다. 가려진 곳에 무엇이 있느냐 물으면 별 것 없다 한다. 실제로 별 것 없다. 단지 기이한 문양이 금실처럼 옅게 움직이는 눈동자만 존재할 뿐이다.

 

- 얼굴에 난 생채기들은 어느 새 옅어져 말끔한 낯빛을 자랑한다. 먼지구덩이를 뒹굴다 온 듯했던 과거의 꾀죄죄함은 그가 이제 자립에 성공하였다는 반증을 통해 사라졌다. 신체의 재생능력이 기이하리만치 뛰어나 더는 상처가 덧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른 손목에 닻 모양 흉터는 눈에 띄어 출처를 의아하게 만든다. 그는 단지 의도한 것이라 답할 뿐이다.

 

- 분수에 걸맞지 않은 자리를 얻은 주제에 자리에 어울리는 복장을 갖추었다. 반발의 소리가 몇십이 있었으나 그는 무시하는 것에 도가 트인 자였다. 문양과 꾸밈마저 사라진 단순한 복장은 출가한 자의 그것이 맞다. 하지만 그저 액면만 보아서는 수도승이 맞는가 의구심이 들 터다. 전에 비해 다듬어지고 어깨만큼 잘렸다 한들 치렁치렁한 머리고 한쪽에 달린 안 어울리는 귀걸이고, 겉옷 아래 숨기고 다니는 깃털 장식이고. 목걸이에 누가 보아도 금으로 된 반지, 나무 팔찌, 쇠팔찌… 모조리 꾸밈을 멀리해야 하는 치가 가져선 안 되는 것뿐이다.

 

- 금수의 정의가 무어란 말인가. 행동이 다잡혀 인간에 가까워졌다 한들 짐승으로 의태할 수 있는 몸, 차라리 영원히  조수(鳥獸)가 되리라.

맹약자

성격

禽獸

날짐승과 길짐승. 곧, 모든 짐승. 조수(鳥獸).


 

“바라건대 수송한 복으로 모든 것을 다 장엄하여.”

금수의 정의 | 한없이 자유로운 | 망나니

- 중은 운명의 지배도 아니 받고, 염라국에도 상관이 없어야 하며, 남이 주는 행, 불행을 받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느니라. 수도생활을 하는 것은 흰 연꽃 같이 되어 세속에 물들지 않는 사람이 되려는 것이니라. 수행인인 중은 부모 처지와 일체 소유를 다 버림은 물론 자신까지도 버려야 하느니라.

- 세상사람은 유위(有爲)로 법을 삼지만 중은 무위(無爲)로 법을 삼나니라.

- 그는 운명을 움켜쥔 자, 생사에 연연하는 자, 타인에 의한 감정을 곧이곧대로 삼키는 자, 세속에 물든 자, 더욱 소유하려 드는 자, 스스로의 이름과 존재 의의에 집착하는 자.

- 그럼에도 감히 승려라 불리려 하는자.

- 접촉을 통한 인간 관계에 거리낌이 없다. 제멋대로 타인과 연을 섞고자 덤벼들고 끊어내는 일조차 어물쩍 넘긴다. 진심으로 사람을 은애하게 되었는가? 그에게 있어 사랑의 정의란 아직 멀기만 하다.

- 처음 맛본 호의는 고통에 가까웠다. 허니 그가 내뱉는 모든 것이 긍정이 되진 못할 터다. 다만 그는 지체 없이 떠돌 수 있는 자였다. 석장을 어깨에 기대어 이곳에서도 즐거웠구나, 하곤 자리를 뜰 수 있었다.

- 돌아올 날을 기약하며.


 

“모든 중생 다함께 불도를 이룰지어다…”

능숙함 | 번뇌를 안은 | 끝없는 고뇌

- 쵸텐족의 라마 잠앙은 여섯 해가 지나서야 제 부족을 찾아 돌아온 아이를 앞에 앉히고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상 더는 아이라 부르지 못할 청년이 그곳에 있었다. 그가 데려온 객이 불러온 어둠에 달빛도 별빛도 없는 밤, 모두가 촛불 하나에 의지해 새벽을 지새야 했다.

- 눈에 수심이 보이지 않건만 번뇌가 네 안에 있구나. 탐욕과 성냄이 그득하나 이를 불살라 무엇을 보았느냐.

- 일체 번뇌의 수번뇌와 근본번뇌를 모두 맛보겠소. 108번뇌를 끌어안고 진언으로 염송하리다. 이는 누군가를 위함이 아니오. 나 자신이 존재함을 온몸으로 느끼고자 하오.

- 내 온몸 불태워 만전의 흐름을 깨달았으니 이것이 체달(體達)된 인간이 아니라 하진 못할 것이오.

- 예나 지금이나 너는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알겠다. 네 머리에 있는 것이 우주 전체로다. 마장(魔障)이 생기지 않으리라 확신하느냐.

좋다, 네가 빼앗은 이름의 주인은 이제 현세를 떠났으니.

내가 너를 텐진이라 부르리라.

승니僧尼

- 그놈은 출가를 하였으나 십계를 지키지 아니하고, 득도를 입에 달면서도 번뇌를 내려놓지 아니하니.

지고하신 스승이시여, 저 치를 적법히 내치심이 옳습니다.

그 이름을 빼앗으셔야 합니다. 

드루이드

- 신체의 일부가 변화할 때 늑대의 양상을 띤다. 노랗게 빛나는 한쪽 눈과 유달리 뾰족한 편에 속하는 이빨부터 시작해 이 모든 의태는 지극히 당연하게도 제 환상종에게서 물려 받았다.

- 그는 드루이디즘에 밀접한 오바테의 형태에 더 가깝다. 그의 해학은 윤회와 내세, 피안에 맞닿아 있다. 생명과 시간의 문을 배워 죽음과 삶의 사제가 된 이는 나무로부터 약초학을, 의학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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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만유(萬有)의 주인이요, 천상 인간(天上人間)의 스승이 바로 중인 것이다.


 

 

맹약자

- 지하도시를 나온 뒤 무턱대고 초원으로 향해 사제 샤바티의 휘하에서 움직였다. 전시에 몸을 던지겠노라 어린 나이에 만류도 무시하고 오만 곳에서 사람을 살리고 다녔다. 더욱 강해져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더욱…

- 그 이름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래야 제 환상종에게 답을 돌려줄 수 있었다.

- 타인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이름을 말하는 것이 어색했던 소년은 이제 자신을 초원의 텐진이요, 하고 표현한다. 뿌리 내린 부족은 무엇인가? 거둔 지 오래이기에 그건 내 것이 되지 못해.

- 죽은 이를 살려내는 것에 퍽 집착적인 면모를 보이기까지 한다. 실제로 목숨 꺼져가는 것을 딱 한 번, 정말 대놓고 살려낸 적이 있다. 다들 이 자에게 더이상 가망이 없다 고개를 저었으나 텐진은 사흘 밤을 꼬박 새 그를 붙들고 끊어진 목숨줄을 억지로 이어붙여놓았다.

- 무엇이 그를 타인의 생에 집착케 만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그는 이제 생과 사의 무상함에 대해 안다.

- 천명을 그렇게 거스르면 팔한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육도윤회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합당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내세에는 금수가 되어 만나러 오리다.


 

승니

-  이 우주 전체가 곧 나인 것을 깨달아 체달(體達)된 인간을 중이라 하나니라.

- 여섯 해를 내리 맨발로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고 정처없이 떠돌며 배움을 갈구했다. 물질과 사람의 속을 파헤치려 하였고 닥치는대로 지식을 주워담았다. 우주를 통달한 눈이 필요했다. 진정 자신은 생과 사의 사제가 되어야만 했다.

- 나무를 꺾어 제를 올리는 것으로는 족하지 않았다. 탐貪은 그렇게 생겨났다.

- 스무살이 된 첫 해, 대답을 내놓은 날. 운명의 주박으로 하나의 영혼과 하나의 괴물이 완전히 묶이고 하티 흐로드비트니손은 자신의 한쪽눈을 완전히 텐진에게 주었다. 만유의 력이 그려진 눈, 달의 흐름을 깨우칠 수 있는 것.

- 중생은 시공간(時空間)에 의하여서만 생존하는 것으로 집착된 까닭에, 시공의 제재하(制裁下)에 육도윤회를 면치 못하나니라.

- 영원한 윤회에 갇힌 이는 완벽한 오바테로서 생사의 사제로 거듭난다. 초원에 부는 가장 고요한 바람처럼 존경을 품어내진 못하였으나 일전 치기 어린 시절의 그를 알던 이라면 놀랄 이야기로, 휘하에 제자가 생겼다. 그가 가르침을 선사하고자 하였기에.

- 제자 몇과 아주 잠깐 떠돌다 그마저도 헤어졌다. 아쉬움은 없었다. 제각기 가야할 길을 깨달은 탓이다. 깨달음에 복 있으라.

- 그는 생의 맥을 짚고 이를 끄집어낼 줄 알게 되었다. 번뇌의 밑바닥까지 파고들 준비가 끝났다. 들이닥치는 질문에 감정을 쏟아내더라도 대답할 수 있었다.

- 그래서, 그는 구족계를 받아냈다.


 

감정

- 여전히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감정이다. 반골 기질이며, 자신을 잘못으로 취급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반발심이다. 내제된 분노다. 증오다. 그 모든 게 원동력이 된다…

- 이제는 망각되는 것에 대한 분노를 품는다. 흔적 하나 남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성 싶다. 무어라도 새기겠다며 꾸역꾸역. 이는 같은 맹약자에게도 해당된다. 전장에서 마주친 모든 잊혀질 자들을 붙잡고 이름과 기억될 물건을 내놓으라 요구하는 기이한 청년이 있었다. 당신은 그의 이름이 무엇일지 이미 안다.

-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는 우습게도 받은 것들은 모두 모아두었다. 답잖게 해적 보물함 같은 것을 들고 다닌다. 실상 무겁다며 제 늑대를 짐꾼 삼긴 하였지만, 안에 든 걸 보면 헌화를 조각한 나무 조각이, 깃털이, 오만 물건들이 몇 년의 세월을 차이 두고 한없이 쌓였다.

- 이름 적은 종이도 한 장, 두 장, 세 장… 이렇게 많이 담아두면 무게를 버틸 수 있느냐 묻는다. 그는 석장을 바닥에 찍고 내가 버틸 것이 아니라 답한다. 맞는 말이다. 그는 흔적의 주인을 위해 무엇도 하지 않을 것이다.

- 단지 기억할뿐.




 

 

청년,

- 중노릇을 잘못하면 국가·속가·불가에 죄인을 면치 못하나니라.

- 그렇다면 그는 죄인이 될 터다. 실상 구족계를 받아 승복을 입었을 때 쵸텐족 출가자 중 그를 아는 이 모두가 들고 일어섰다. 단지 저 자가 죄인의 자식이어서는 아닙니다. 저 치의 발목을 붙잡은 속세를 보십시오. 그는 벗어나고자 하는 기색조차 없습니다.

- 허나 텐진은 모든 아우성을 뒤로 하고 온 날처럼 홀연 부족을 떠났다. 라마는 그런 그를 과거처럼 붙잡지도 않았다. 네 바람은 달성하였느냐? 청년은 말없이 그를 응시한다. 태도가 너를 대변하는구나. 무언이 담아내는 의미를 깨달았구나. 그래, 그거면 되었다.

- 텐진의 전 주인은 그가 부족을 찾았을 때 이미 현세를 떠난 뒤였다. 이곳에서 죽은 이에게 받은 이름이 너무 많았다. 초원의 목초지 어딘가에서 그 육이 묻혔을까 싶었다. 바닷가에 대고 염을 하였다. 대를 잇는 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우였다.

- 그래, 그는 부족의 정의 하에 죄인의 굴레를 뒤집어 쓰고 말았다. 허나 무엇이 어떻단 말인가. 이미 한 번 인류의 배반자가 된 몸. 걸음 찍히는 것마다 죄가 묻어나니 아, 만천에 불경이 넘쳐나는구나… 


 

족적

- 전장에 몸을 내던져 몇 번의 피를 보았고 수십의 생명을 살렸다. 타의와 호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호의란 지나치게 폭력적인 종류였다.

- 아마 평생을 가도 사랑과 애정을 납득치 못할 것이며 타인에게 주기도 어려울 터다. 자신을 좋다 한 가르멜의 맹약자들은 저를 두고 떠나길 택했으니, 그의 원망의 대상이 되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누가 애증자의 산물을 품고자 하겠는가?

- 허나 이제 오는 사람 막지 않았고 가는 사람은 한 번을 붙잡았다. 세속을 멀리해야하는 주제에 사람과 몸 섞는 것에 거리낌 없게 된 이유는 그들이 온 덕이다. 몇 번의 깊은 인연이 있었다. 그마저도 곧 떠났다.

- 그러나 갈 때마다 언제나 약속한 것이 있었다. 돌아오리다. 언제?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내생과 내세 그 어느 지점에.

- 너무 아득한 이야기다. 너무 아득한 범주의 세월이다. 당신은 진심이 아닐 것이다. 진심이라면 그리 답할 리 없다. 허나 텐진은 그 어느 때보다 가라앉아 진중한 눈으로,

- 내 기약에 거짓은 없다.


 

오바테

- 그렇게 그는 죄인으로, 인류의 배반자이자 구원자로, 천인공노할 업을 진 자로 맹약자가, 환상종의 친우가, 맹약자가, 철학자-드루이드-가 된다.

- 거머쥔 힘은 월식과 달의 지혜이니 시간의 문 열기를 꾀한다. 드루이드의 하위 개념이 되기도 하고 독립적 위치가 되기도 하는 오바테는 영혼이 불멸해 순회를 거듭한다 믿으니 업을 청산하기를 강제로 일생의 목표 삼아 살아온 아이에게는 실로 익숙한 지식이다.

- 제 환상종이 선사한 눈은 나무의 지혜를 볼 자격을 안겼다. 나무는 죽음과 재생, 희생과 변화, 시간의 비밀을 가르쳤다. 그는 삶의 사제이자 죽음의 사제가 되기 위한 단계를 밟는다.

- 열반, 번뇌, 삼사도, 보리도차제, 해탈의 길… 


 

丹增

- 우리는 땅의 자식이다. 대지 위에 발 딛는 한 너에게는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땅에 새겨진 지식 읽는 법을 우리는 가르쳤고, 명상을 통해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길을 우리는 알렸다.

- 가야한다면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파악하거라. 너 배움을 등한시 하는 척 하면서도 새벽 되면 필요한 책만 가져가 글자를 손으로 더듬던 걸 안다.

- 유루법과 무루법을 되새겨라. 피안에 도달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아라. 깨달아라, 깨달으면…


 

드루이드

- 너는 무엇이 되든 자연의 법초로 자리하리라.

하티 흐로드비트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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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삼키기 위해 하늘을 달리는 괴물 늑대.

이명은 달사냥개로, 하티라는 이름의 뜻은 대적자, 증오하는 자다. 그는 제 형제와 함께 암흑천지를 불러오는 주체이자 원인이다. 동시에 월식의 신이기도 하다.

 

하티 흐로드비트니손의 등장은 언제나 어둠이 들이닥치는 것으로 예고된다. 주 출몰 시기는 해가 지는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 사이. 만일 달빛이 갑작스레 사라진다면 하티가 곧 고개를 들이밀 것이란 뜻이 된다. 빛을 받으면 표면이 은색으로 변하는 털은 윤기가 흐른다. 몸 길이가 4m에 육박하는 거구를 지녔는데, 여기에서 늑대답잖게 갈기가 풍부해 덩치를 배로 불린다.

 

거대한 앞발과 주둥이, 강철 같은 이빨을 기점으로 등장과 동시에 전 생명체의 시야를 차단하여 암순응과 불빛이 생겨나기 직전 보이는 걸 모조리 집어삼켜 학살하는 것이 주특기다. 그러다 어둠이 걷히고 달이 뜨면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 오른다.

크리쳐

성질

기본적으로 말보다 몸짓이 먼저다. 행동거지는 딱 늑대의 습성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늑대의 모습을 한 거인이 본질인지라 대화가 안 통하는 건 정말이지 결코 아닌데, 구사하는 문장은 지극히 짧고 생각 이전 태도가 우선 보이는 걸로 판단하건대 그저 지나치게 담백하고 귀찮음을 타고난 성격이 원인인 듯하다.

 

습성이 인간에게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사실 등장 이후 눈에 띄는 생명체를 가리지 않고 입에 담은 건 달을 삼키고자 하는 본능에서 파생된 행실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으니 짐승 괴물이라 불리기에는 퍽 적합하다. 딱히 자신이 만든 피해와 죽음의 양상에 어떠한 추모도 죄책감도 느끼는 바도 없어 보인다.

 

이제 텐진은 그를 하티라 지칭한다. 어린 아이의 칭호가 사라진 것은 유년을 버렸음을 뜻한다. 그렇다 하여 그가 어른이 되었는가 하면 그의 환상종도 그 자신도 부정할 터다.

 

오직 달 삼키는 것에만 집착하는 이 늑대는 자신의 맹약자에게 드러낸 의도도 자의도 없었다. 그러나 약속의 주박으로 인해 운명이 묶임으로 텐진이 된다. 이 늑대가 지닌 단 하나의 목적은 제 곁에 있는 맹약자로 탈바꿈한다. 주박에 대한 대답을 내놓은 이후 늑대는 누가 보아도 제 맹약자에게 충성하기 시작했다. 그 어떤 부탁도 군말없이 들어주며, 이제는 제 맹약자가 바랄 때 암흑을 불러온다.

 

월식의 신이라는 특징을 기반으로 늑대의 두 눈은 하늘을 관측하고 늑대의 육은 대지와 맞닿는다. 하티의 맹약자는 그의 모습을 띰과 동시에 달을 이해하며 천지의 흐름을 답습한다. 그는 십지를 이행하는 곳에서 태어난 영혼으로 순리의 흐름을 받아들이진 못할 망정 이행할 줄을 안다.

 

하티 흐로드비트니손의 핵심 성질은 윤회. 오바테에 가까운 진리를 안고 달의 흐름을 따른 시간의 이치를 거머쥔 새로운 철학자는 생명의 부활에 손을 대고 가장 두려운 지혜를 순응한다.

맹약자의 요구는 무엇이든 묵묵히 듣고 만다. 비록 텐진이 파멸의 길을 스스로 자처한다 하더라도 그는 따를 것이다. 이를 사랑이라 지칭하여도 되는가? 모를 일이다… 

하티 흐로드비트니손의 달, 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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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순간

부족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것에 특별한 계기는 없다. 깨달음은 무상한 것이라 그저 아, 단말마를 뱉고 자연히 걸음이 옮겨지길 마련이다. 풀밭과 숲을 몇 번 거쳐 지나가고 나니 그제야 문득 자신이 그와 만난 장소에 가까워졌음을 깨닫는다. 초원은 드넓다지만 쵸텐족은 가구수가 제법 되는 집단이다. 이번에 정착한 목초지를 수소문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제 부족이 어떤 길을 걸어다니는지는 지독하게 잘 안다.

 

달이 떴다. 하티는 익숙하게 달을 향해 울었다. 암흑이 찾아왔다. 하티 흐로드비트니손이 마음 먹으면 근방의 달과 별빛 천지가 어둠에 뒤덮인다. 그 까마득한 세계를 안다. 금빛으로 뒤는 짐승의 눈 두 쌍이 마주한다.

 

머릿속에 울리는 물음. 이제 내가 너를 불러도 되겠지.

 

 너, 나를, 데려가라… 

 

소년은 그렇게 청년의 초입에서 떨리는 입술을 떨어트린다. 과거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제 말을 회상하며 고한다.

“나를 텐진이라 부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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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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