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겁내지 마세요. 단지 볼 뿐입니다. ”
한 사람으로서 독립하려는 맹약자 아이를 돕던 중이었다.
외관
빗소리를 내는 풍경달린 지팡이, 길고 펄럭이는 옷차림새를 한 멀대같은 청년은 휘적거리면서도 똑바로 걸었다. 대체적으로 돌랄 출신임이 보이는 옷차림새지만 군데군데에서 다른 지역이 보이곤 한다. 양모 혼방된 비단 베일이라던가, 높이 올라오는 가죽부츠, 이국적인 자수 같은 점에서 다양하게도 돌아다님을 알수있다.
푸른 유리안경 너머 순한 눈은 여전히 감긴 상태이지만 종종 뜰때엔 환상종과 같은 푸른 색이 드러난다. 등허리를 다 덮다 못해 더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은 환상종이 좋아한대서 풀어헤치고 다니며, 머리의 일부를 금속 장신구와 함께 땋았지만 보통 베일에 덮여있어 볼 일이 적다. 외투 안 가로질러 맨 가방 안엔 소중히 여기는 기록들이, 허리 뒤로 맨 것엔 필기도구를 비롯한 자잘한것이 들었다.
나무인지, 어떤 것의 뼈인지 소재를 추측하기 어려운 지팡이는 울림이 좋고 가볍다. 군데군데 문양을 새기고 풍경 하나와 붉은 천을 매어 누가 보더라도 그의 물품이다.
붉은 베일 밑으로 다른 존재의 속삭임이 들리곤 한다.
성격
점잖고 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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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란 하나의 담금질이 되는 법. 산만하고 끊이질 않던 질문이 정제된 문장으로 흘러 나오기까지 그가 겪은 시간과 경험은 상당한 것이었다. 바다의 외침, 초원의 노래, 산의 울림, 사막의 속삭임, 그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어느 한 지역만의 것이 아니다. 첫 출발이 어느 지역이었건간에, 전 세상이 그의 고향과 마찬가지이다.
정돈되고 명확한, 그러면서도 여유를 갖고 한꺼풀 거리를 가진 감정표현은 누가 보더라도 성숙하다 말함에 틀림이 없었다. 상냥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자면 심각한것도 그리 심각하지 않게 느껴진다. 언제나 예의바르며, 타인에게 잘 맞춰준다.
하지만 마냥 유한것은 아니다. 안될것, 불가능하다 하는것을 심사숙고 한 뒤 단호하게 밀고 나가거나 끊어버리는 등 단호함도 갖추었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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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에 영향을 끼치는 큰 요소란 마음가짐이다. 따라서 긍정적으로 살려 한다면 가능한 긍정적인 면모를 믿으며 장점을 더욱 바라보아야 한다. 아무리 절망적이고 삭막한 곳이라 해도 일말의 선의와 사람으로서의 양심은 남아있기 마련, 그러한 작은 긍정을 찾는다면 힘든곳이라 해도 다시금 걸을 힘을 내곤 하는것이다.
작금의 상황에선 희망이란 것은 독과 같아서 머금은 후엔 배로 돌아오는 허망감에 무력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행복했던 기억 하나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을 제공할 의향이란 얼마던지 있는것처럼 행동한다. 슬픔에 잠기더라도 이내 안정을 찾아 활기차게 다니는걸 보면 회복력 또한 괜찮다.
여지껏 그를 살게 한 것은 온기와 배려, 사람이라면,으로 시작하는 선의. 받은만큼 되돌려주는 삶을 산다. 타인에게 신뢰와 다정을 주는 천성을 가져 짧은 시간만 함께 하더라도 금방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끈기 넘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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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간결히 말한다면 선의와 지식욕, 그리고 끈질김일것이다. 옛적부터 가진 앎에 대한 욕심은 점차 삶의 의지로 발전하여 '무엇이 되건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라는 말버릇으로 나타난다.
기다림, 인내, 그런 단어가 잘 어울리는 인생을 산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여러번 반복하여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나오기까지 체화하는것에 익숙하다. 노력이란것은 어떠한 막막함도 손에 닿을만치 가까워지게 하는 길이었으며 다른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잡는데 도움을 준 행위였다. 모두가 저같은 노력을 들이기엔 주어진 환경이 다름을 알아 강요하지 않고 넌지시 조언한다. 비록 당장은 결과물이 시원찮더라도 언젠간 빛을 발할거라며 응원하기를 아끼지 않는다.
앎이란 이름의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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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유일하게 탐욕스레 구는 것이란 범위를 가리지 않는 지식이다. 거리의 설화, 민간의 전설, 혹은 먼곳의 금서까지. 배움을 탐하던건 옛적부터 지금까지 변하질 않았다.무지를 해결하며 지식을 넓혀가는것이란 세상을 자신의 방식으로 가꾸어 가는것이니, 배움을 멈추지 말것. 아주 자잘한 현상부터 알지못할 진리까지 호기심이 생기는 것에 대해선 지치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옛적엔 상대가 당황하건 말건 질문을 던졌더라면 이제는 정리된 질문 뭉치를 수줍게 내미는 정도에서 멈출만큼 자제력이 생겼다. 하지만 즐거이 받아준더라면 알고싶다는 질문이 한가득 쏟아내는건 변함이 없다. 알기를 원한다고
심연을 들여다 본 자는 그만큼 물든다 하였나, 이따금 보이는 섬뜩함은 지나치게 깊은곳까지 발을 딛은 이들에게 보이는 모습이다. 만일 서있는 곳이 땅이 아닌 어느 환상종의 발등이라 하여도,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며 정신적인 쾌락을 느끼는 극단적인 지식욕을 갖고있다.
가르멜 연합 소속
기록자, 이야기꾼, 순례자, 의사, 선생. 그 앞에 붙는 단어란 가르멜 연합의 맹약자 라는것.
분란이 있던 곳-혹은 있었던 곳에 나타나 다친 이들을 도우며 다시금 살아갈 수 있게 회복되면 떠나기를 반복하여, 대부분의 지역에 한번씩은 만난 사람이 있다 할정도로 떠도는 이.
푸르고 하얀 구름같은 환상종이 다가올때면, 드문 적일지 아군일지는 그것에 매달린 인간에 달렸다고 한다.
정령사
기타
–1–
그의 근원. 돌랄 남서부, 마르지 않는 강가 근방의 초지로 양과 새를 치며 유목생활을 하는 부족.
고룡교에서 파생된, 바람과 비에 기반한 자연 자체를 믿고 숭상하며 붉은 색을 즐겨쓴다. 평화를 추구하며 조용하고도 활기차게 사는것에 의미를 두었고,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를 감싸 안는 성향을 가졌다. 그들이 있는곳에선 웃음과 피리소리, 풍경 흔들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않았다. 16년전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많은 구성원과 짐승들을 잃어 현재는 그때의 절반이하로 규모가 줄었다. 모두가 가족이기에 잃은 자 중 누가 포함되었느냐는 언급함이 소용없을것이다.
그러면서도 흩어진 다른 부족의 일부를 받아들이며 할수있는 한 삶을 이어가려 노력중이다.
연구 등을 위해 떠돌고는 있지만 간간히 부족에 들러 어떻게 지내는지, 아이들은 잘 자라는지, 요샌 어떤일이 있는지 들으며 나름대로의 행복을 추구하고 지낸다.
–2–
가르멜에서 돌아온 이후 20살까지, 연합에 소속을 두고 초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해안선~산맥 근방까지 다니며 환상종에 대한 정보수집,연구를 도왔다.
20살~ : 다른 일을 하기에 슬슬 준비가 되었다 싶어서 환상종 연구를 병행하며 타 지역으로 돌아다녔다. 공통적으로 정보 습득, 호기심 해결, 새로 맹약자가 된 아이들의 보호 및 교육을 하고 귀룡측과의 전투 참여, 군사력 제공, 치료지원(자원봉사)도 한다. 만일 고향에서 떠나지 않겠단 아이가 있으면 한동안 머물면서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가르침이나 보호를 최대한 했다.
스케네마- 주로 여태 쌓인 고룡교의 지식을 얻으며 맹약자의 인식 개선, 환상종 연구, 귀룡측과의 전투 참여를 주로 하였다. 영지전엔 참여를 하지 않았으나(초원에서 나고 자란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다.) 치료인력이 필요할때엔 상황 종료 후 가곤 했다. 이후 대가로 정보, 서적같은걸 받아내었다. 스케네마 영지전에 휘말려 다쳐 환상종의 폭주로 인해 맹약자를 반대하는 세력의 군사 세력이 반파되었다.
아그립냐 - 환상종의 힘을 이용한 무기 개발을 위한 연구자료 제공 및 무역을 따라 여행을 갔다. 필요에 따라 비를 불러와 식수 제공을 하며 연구를 이어나갔다.
케렌 - 바다쪽 환상종의 연구와 맹약자가 된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는데 주로 노력했다. 맹약자에 대한 대우탓에 가장 큰 마찰을 빚었던 지역이지만 나름대로 능력을 인정받은 상황. 케렌식 노크, 치료법, 싸움을 제대로 배웠다. 육탄전에도 능해진만큼 가차없이 뼈를 맞추거나 기절시킨다. 뱃멀미가 좀 있었으나 현재는 완치.
돌랄 - 환상종 연구를 도우며 문헌 집필을 했다. 각종 지식교류, 정보 갱신 등을 노력하였으며 다양한 부족을 방문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가르멜 - 고향을 떠나온 맹약자들을 돌보며 저의 멘토가 그러했듯이 후배들을 가르치기에 힘썼다. 외우고 가르치는건 오래도록 해왔기에 즐거이 행했다.
–3–
연합에 들어 연구 및 전투에 참여하는것 외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네 민족의 지도자들이 어떤 혜택과 호의를 제시하였더라도 무언가에 얽매이는것이 싫은지 주기적으로 계약하는 방향으로만 함께하며 여러 곳에 발을 들였다. 의뢰 받은것은 확실히 처치하고, 자신이 필요하다 싶은 곳으로 다시금 떠났다.
보통 보상으로 요구하는 것은 각종 정보(환상종, 이야기, 주변 현황 등), 약속한 만큼의 재화, 사람들끼리 도울 것을 약속하기 등 때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이런 영향인지 다른 이들과는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 할 뿐, 가정을 꾸린다거나는 하지 않는다. 잊힐 사람이 그렇게 꾸리는건 어쩐지 기만일거라고 믿는 탓인지 가까운것 같지만 어느정도의 거리는 유지 중이다. 후견인은 여럿 두어 그들이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였다.
아이들을 특히 더 아끼며 맹약자이건 아니건 가리질 않는다. 그들은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고, 우린 그런 미래를 준비하는걸 도와야 한다 생각한다. 새로이 태어나는 생명들에겐 평화를 주고 싶단 소망이 있었지만 세상이 전란과 혼돈으로 가득한 상황이라 깊이 모를 미안함을 갖고 있다.
–4–
닥치는대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읽을 자가 없으면 소용없는것이 아니냐? 하지만 전해질 기록이란 없는것도 문제 아닌가? 돌랄의 환상종 연구 외에도 자체적으로 기록을 해나갔다. 살아가는데엔 지식이 필요하므로 그것을 정리하고 전파하는데 힘을 쏟는다. 입으로 퍼뜨리는 이야기, 노래, 소문부터 공동편집자가 있는 환상종 기록문, 여행기, 설화집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기록문을 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개인적인, 서로를 기억하기에 필사적일 맹약자들의 정보만큼은 기를 쓰고 모아두는 중이다. 객관적 사실과 특징, 주관적 감상까지 더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하였다.
전 모두 기억합니다. 아니. 남겨놓은 것으로 되짚을 뿐입니다. 사람의 관계는 상호 영향을 주지요. 이제는 나의 것이 아니게 된 감정과 생각을 다시 보더라도 온전히 받아들이는건 어렵습니다. 망각된 자를 잃는다는건 제 일부도 잃는 일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기록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흐르는 이야기, 공식 출입 기록이나 군 병적 사항, 여태껏 출간한 책에 쓰인 이름 등으로 만족한다.
–5–
그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않는다?
눈이 마주치더라면 말없이 처다보기만 1초, 2초, 3초. 눈가를 휘며 웃는다. 확연히 시야를 가진 자의 초점이 이곳저곳에 눈길을 남긴다. 너 안보였잖아? 그렇죠! 근데 지금은? 보이죠! 장난해? 아뇨!
이질적인 푸른역안을 조금이나마 가려보려 푸른 유리안경을 쓰고 다니나 돌아다니는 대다수의 시간은 눈을 감고 있다. 타인보다 예민한 감각-청각, 후각, 촉각, 그밖의 다른 모든것-으로 시야를 대체한다. 잔기침이 나오는 아그랍냐의 메마른 기후나, 호흡하기 버거운 케렌의 폭풍 안에서, 모든걸 얼려버린 스케네마의 기온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많은걸 인지한다.
이전에 알던 사람이더라도 단지 보기만 했을때엔 “누구시죠?” 라는 발언을 해서 기함하는걸 즐기는, 질나쁜 버릇이 있다. 여전히 시야를 제외한 다른 요소에 의존하여 사는지라 눈을 감고 발소리를 들으면 그새 어디에서 만난 누구란것을 금새 알아채곤 한다. 난 당신의 발소리를 알아요.
–6–
환상종으로 인한 피해가 크거나 적의가 가득한 곳에선 그도 눈치가 있어 조용히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며 지내며 상황 수습을 돕고 이내 떠난다. 상처가 큰 이들에게 맹약자고 뭐고 알 바 없이 환상종의 모습이 상처를 줄 것을 알기에 어지간해선 정령을 드러내지 않는다.
맹약자들, 그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아낀다. 가끔 지나쳐 집착같이 보이긴 한다. 어쩔수 없던 사고, 혹은 새로운 기회를 잡은 사람들. 자신과 같이 온건한 관계를 유지하는 자들도 있는 한편 서로 죽이고 싶어도 떨어지지 못하는 원수같은 사이까지 죄다 만나온 덕에, 공감을 잘 하는 이해자로서 상담을 해주는 편이다.
완전한 맹약이 된 이후 폭우를 불러올 수 있을만큼 강해졌다. 하지만 환상종보단 감당할 수 있는게 적은지 그의 의지만으론 강이 범람할만큼 큰 폭우는 2주에 한번이 최대. 그 이하의 자잘한 물의 생성이나 치료등의 활용은 문제없어서 물이 부족할 일 없이 생활중이다.
–7–
바쁜 와중에도 유지하는 취미 중 하나는 볕 쬐기. 여유를 즐길만한 얼마 없는 개인적인 시간이다. 옷 위로 와닿는 온기로 방향과 시간을 구분하고 느긋함를 되새기며, 부족한 수면시간을 채우기도 한다.
이야기를 듣는걸 여전히 좋아한다. 단지 책으로 편찬해내는것은 저 혼자 들을수는 없다는 생각도 얼추 있으니, 저것이 취미생활을 하는 중인지 일을 하는중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다른 자잘한 취미로 피리연주하기, 여행 다니기, 친구들에게 편지 쓰기, 무언가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걸 행복하게 여긴다.
글을 쓸땐 음각이 되다시피 힘주어 쓰는 것. 손끝으로 글을 보아오던 시절부터 이어진 버릇이다.
사드나자르
깊은 물같이 선명한 파란색이 주가 되며 밤하늘마냥 금빛 반점이 가득한 모양새. 화려하고 탄력적이며,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양 공중을 떠다니는 모양새를 보자면 무척 가벼워보인다. 주로 물 속에 녹아들듯 모습을 감춘채 지낸다.
초원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표현이라면 거꾸로 핀 꽃과도 같아보인다 할 수 있을것이나, 바다의 사람들이 보았더라면 저것은 해파리로다 할법한 생김새이다.
일렁이는 물빛 기운이 눈알같은 구체를 감싸고 있고 판판한 윗판은 물거품같은 가장자리를 가지며, 풍성하고 긴 주름과 수없이 늘어진 천 같은 촉수를 가졌다. 개체별로 디테일한 형체는 다 다르다.
한 일가족의 천막만한, 듬직한 성인의 세배는 되는 높이가 본모습.
가장 큰 특징은 시야. 세상을 봄에 있어 본질을 꿰뚫는다는 식의 표현이 따라으며 사악한 눈, 마주보는 심연 등의 이명이 있다.
시야의 한계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정도로 숨어있는 것을 잘 찾아내고, 멀리서 물을 쏘아보내는가 하면 그들을 향한 적의를 피하는데 뛰어나다.
눈이 마주친 사람은 돌아온적이 없다는 소문이 돌며, 실제 목격담은 아주 멀리서 관찰한 이야기 밖에 없다.
물을 근원으로 두며 비를 몰고오거나 강을 범람시킨다는 속설이 있다.
그들이 불러오는 물은 빛을 머금은 푸른 빛이며 중력을 무시하는것처럼 자유자재로 이동한다. 이슬비처럼 작은 물방울부터, 폭우처럼 날카롭게 몰아치기도 하며 구름만큼 부드러워지기도 한다.
공격적이기 보다 견제적이며, 동족이나 비슷한 근원을 가질수록 그들의 물이 영향을 끼치는 보호와 치유의 힘이 큰 영향을 끼친다.
성질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하고 지능도 높아 다양한 소리와 인간의 언어 비슷한 정도까지 표현이 가능하다. 교감만으로도 뜻을 전하는게 가능하지만 소리를 내는게 취향인듯 하다.
정령계 환상종이 으레 그렇듯 맹약자에 대한 과도하고 어딘가 비틀린 애정을 가진다. 과보호란 말이 어울릴만큼 감싸돌아서 곤란해보일 때도 있다.
제대로 과보호 하고 있다. 자잘한 생채기 나는것마저도 짜증을 내며 치료해주며, 상처를 입힌 대상에 지나칠정도로 적의를 보인다.
맹약자를 따라다니기 위해 사람 머리통만한 사이즈로 간소화 되어 다니지만 관찰, 이동등을 위해 원래 크기로 돌아가는일이 많아졌다.
맹약이 완성된 이후 폭우와 범람을 일으키는건 예삿일이고(맹약자가 말려서 안한다) 물이 있는곳에선 더욱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사막에서도 기운차게 활동이 가능하다.
점진적으로 덩치도 커져 성인 4명을 세운 만한 높이가 되었다.
약속과 동시에 알려준 고유한 이름은 알페카.
사드나자르의 눈, 코카브
운명의 순간
귀룡에게 습격받아 가르멜에서 나온 이후부터 대답을 모른척하는 환상종을 붙들고 오는 내내 중얼거렸다. 나를 사랑해요? 어째서?
약속이 시작된 이유를 파고들기엔 정보도 부족했고 석상의 요람의 유령-누군가의 파편-이 자신들을 선택한 이유도 알수없었다.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 이 요망한 파란해파리가 자신을 받아준것도, 적지만 많은 가르멜의 맹약자들 중 하필 자기네가 특출난것도, 귀룡은 어쩌다가 땅 속의 인간들을 알아챘을지, 석상의 요람에서 느낀 환상은 무엇이었을지, 누구의 슬픔인지, 약속이건 무엇이건, 자신이 죽은 후 환상종이 슬픔에 미쳐 재앙이 되지 않을까,자신들을 지키고 돌보며 가르치고 아꼈을 잃어버린-알지 못하게 된 떠난 사람들, 있었던 흔적만 남고 이름조차 알 수 없어 머리만 쥐어싸매고 생각했다.
영영 알지 못하게 된 기억들. 기억은 오로지 약속했던 환상종에게만 남아버린, 불리지 않을 노래들. 잃었으나 잃은지도 모르는 이들을 생각하자면 서글프고 숨이 막혀서,
나 또한 저리 되리라.
함께 했던 순간들이 모두 무게를 잃어버리는걸 감당할 수 있나? 세상에서 지워져 존재가 잊히는것을 견딜 수 있나? 끈덕지게 등 뒤에 달라붙던 망각에 대한 서러움에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크게 앓았다.
열 아흐레를 깨지 못했으나 어느날 일어나 서쪽으로 걸었다. 갓 태어난 새끼양보다 허약해진 상태였지만 무슨 힘이 났는지 걷고 걷다 멈춘 후에야 고민이 끝났단걸 깨달았다.
아, 준비가 되었구나.